• 이르바나를 찾아

    사람 목숨이 숫자고 다 자기 수식을 찾았으면 할 때

    얼마 전 이런 트윗을 적었다:

    고작 백 년을 못 채워도 이상치 않은 이 짧은 소풍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돈이든, 명예든, 사랑이든 갖은 욕심을 다 부려도 결국 갈 때는 모두 놓고 떠나야 한다. 정답은 커녕 ‘더 옳은’ 답조차 사실은 없을 수 있단 걸 인정하는 게 첫 단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은 든다.

    유통기한이 정해진 채로 덜컥 주어져버린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다 의미 없으니 매 순간 감정, 욕망에 충실하면 그만인가. 그게 아니라면 갈 때 가더라도 떠난 후에도 남을 거대한 의미, 위대한 작품을 위해 바쳐야하나. 죽고 나면 그제사 찾아올 ‘더 중요한’, ‘더 진짜’인 삶을 그리며 생을 유예하고 싶지도 않고, 결국 죽으면 끝이니 다 의미 없다는 허무주의로 귀결하기도 싫다.

    초가 녹아내리고 있다. 더 옳지 않더라도 가장 덜 후회할 답을 찾아, 선택당한 삶이 아닌 선택한 삶을 살다 가고 싶다.


    화지 – 「이르바나」

    짧지만 굵은 내 어린 날의 기억 조각들을 필두로
    여태 다 분석하고 배제하려 했지 내 조상들의 실수를
    할머니 말씀이,
    “눈 감았다 뜨니까 여기야 너도 곧 그럴 걸?
    이 나이 와 보니 좀 알아가
    후회란 ‘왜 그랬지’보다는 ‘그럴 걸’”

    난 고작 인간 난 작어 작고도 물 불 다 겪어 봤어도
    세상에 볼 건 많아 많고도 내가 본 건 아직 빵 프로
    날 때부터 우리 맘의 한 켠에 빈 구멍 이유라도 알고 갈 거고
    종교나 사람으로 채울 수 없다고 안 이상 마련해 난
    딴 거 팔 평온

    내 유통기한은 축복이야 현재에 날 살게 해
    내 줌과 시야 지금은 좀 뒤야 어디 있나를 알게 해
    쉽게 온 만큼 쉽게 가고 영원할 수 없어
    온 우주의 작은 점 속 전부 컨트롤 할 수 없어

    지금 벌스 이 흐름이 내 삶의 비유쯤
    최대한 채우다 지금은 여백 두고 필수뿐
    놓을 건 놓고 주울 건 주워
    내 16의 끝 정도에 돌아보면 뿌옇더라도 작품이 서면 돼

    난 이 순간 속에 살고 그걸 너랑 나눌게
    솔직하게 나도 없어 너랑 별반 다를 게
    나도 사람 사람 사람 문제 많아 많아 많아
    이게 다가 아닐 거란 맹신 하나 갖고 살아
    이르바나 난 찾아가 내 이르바나
    이르바나 난 찾아가 내 이르바나
    이르바나 난 찾아가 내 이르바나
    많이 짰어 웃을 날이 더 많아

    내가 원하는 건 명성보다 그 후에 따를 세계관 그 뿐
    똑같은 시대를 살아도 그 이해도는 되게 다를 거야
    내가 원하는 건 돈보다 돈으로 사는 내 시간 그 뿐
    반사회 반문화 반과학 비트닉은 아냐 걔네 같은 때 지난 소품

    우리 숨을 축내는 우릴 묶는 굴레들
    어차피 죽은 후엔 끝나 기억날 건 오늘의 축배들
    말이 쉽긴 해도 너를 미치게 해도 매이는 건 역시 선택
    내 친구들 진지해도 그런 의미에선 내 주변엔 병신 없네

    힘에 겨울 때 잘 생각하면 여전히
    우리는 결국에 주제 모르게 별을 내다보는 원숭이
    거시에 기대면 근시의 미래 걱정 따윈 할 필요도 없음이 확실해지네
    이 잠시의 기회에 매순간 매초 만취해지네

    하나같이 미쳐 가 죄다 입을 모아 이건 말세다
    모든 게 거꾸로 돼 아닌 척 들어세울 상아탑이 필요한 세상
    사람 목숨이 숫자고 다 자기 수식을 찾았으면 할 때
    난 그저 통계이길 거부하고 진짜 사람으로 살게

    난 이 순간 속에 살고 그걸 너랑 나눌게
    솔직하게 나도 없어 너랑 별반 다를 게
    나도 사람 사람 사람 문제 많아 많아 많아
    이게 다가 아닐 거란 맹신 하나 갖고 살아
    이르바나 난 찾아가 내 이르바나
    이르바나 난 찾아가 내 이르바나
    이르바나 난 찾아가 내 이르바나
    많이 짰어 웃을 날이 더 많아

    웃을 날이 더 많아
    춤출 날이 더 많아
    웃을 일을 더 찾아
    곧 끝 여길 뜰 날이 곧 다가와

  • 「좋은 리더는 항상 경계선 위를 걷는다」 발췌

    정말이지 쉽지 않네

    최근 읽은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 끄트머리에 나오는 내용이 두고두고 곱씹을 만해 보여 블로그에 옮겨둔다. 구분선 이하 모두 해당 책으로부터 발췌.

    ——

    좋은 리더는 항상 경계선 위를 걷는다

    모든 리더는 경계선 위를 걸어야 한다. 리더십은 그래서 어렵다. 서로 대척되는 규율과 자유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리더는 서로 모순돼 보이는 여러 요소 안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리더는 대립되는 요소 속에서 더욱 쉽게 균형을 잡고 효율적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다.

    리더는 이끌면서도 따라야 한다. 때때로 계획을 세우고, 결정을 내리고, 특정한 상황을 주도하는 데 리더보다 부관이나 직속 부하 등이 더 적합한 경우가 있다. 어떤 특정한 분야에서는 신참이 가장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또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을 신참이 생각해 낼 수도 있다. 자존심이나 개인의 영달을 잠시 미뤄 두고 팀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진정한 리더는 다른 사람이 책임을 맡겠다고 나서는 것에 위축되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리더는 남이 나보다 더 빛날까 두려워한다. 그러나 팀이 성공을 거두면 그 일을 책임진 사람이 인정받아야 하며, 리더가 그걸 가로채려 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상황이라면 기꺼이 남을 따를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한편 리더는 저돌적이되 고압적이어서는 안 된다. 네이비씰은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맡아 완수하는 부대로 유명하다. 어떤 사람은 나를 지나치게 저돌적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부하들이 아이디어나 걱정, 불만 등을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게 최선을 다했다. 계급과 상관없이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거나 좋은 생각이 있으면 누구든 나를 찾아올 것을 권장했다. 나는 부하들의 말을 경청하고 함께 논의해 결론을 내렸다. 말이 된다고 판단되면 부하들의 아이디어를 전부든 일부든 기꺼이 받아들였다. 말이 되지 않을 때는 왜 그런지 상의했다. 그러면 헤어질 무렵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다. 그럼에도 내가 시킨 일이 너무 많고 힘들다며 다른 곳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부하들도 있었다.

    리더는 조용하되 로봇 같아서는 안 된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자연스러우면서도 필요한 행동이다. 리더는 팀원들을 챙기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감정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엇을 통제할 수 있겠는가. 화가 날 때 이성을 잃는 사람은 존경도 잃는다. 하지만 분노나 슬픔, 좌절 등을 전혀 보이지 않으면 아예 감정 없는 로봇으로 보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로봇을 따르지 않는다.

    리더는 자신감을 가지되 자만해서는 안 된다. 자신감은 전염성이 있어서 팀의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자만은 안주와 오만을 부르고 결국 팀을 실패로 인도한다.

    리더는 용감하되 무모해서는 안 된다.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고 용맹하게 행동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앞뒤 안 재고 무조건 돌격해서는 안 된다. 통제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팀원의 희생이나 자원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리더는 경쟁심을 가져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품위 있는 패자가 돼야 한다. 경쟁심을 발휘해 자신과 팀이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몰아붙여야 하지만, 절대 자신의 성공을 조직 전체의 성공보다 앞세워서는 안 된다. 리더는 프로답게 행동하고, 다른 사람의 기여를 인정해야 한다.

    또한 리더는 디테일에 신경 쓰되 거기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좋은 리더는 자질구레한 전술적 문제의 수렁에 빠져 전략적 성공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리더는 늘 핵심 과업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디테일에 사로잡혀 큰 그림을 놓쳐서는 안 된다.

    리더는 강하면서도 끈기가 있어야 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마찬가지다.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수준을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 리더는 늘 팀과 자신이 가진 한계와 속도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탄탄한 성과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리더는 겸손하되 수동적이어서는 안 된다. 자아를 통제하고 남의 말을 경청할 수 있는 겸허함을 가져야 한다. 실패와 실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며 재발을 막을 방도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제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 조직의 전략적 성공을 가로막는 결정이나 명령, 지시에 대해서는 팀을 대표해 반대 의사를 표할 줄 알아야 한다.

    리더는 후배들과 가깝게 지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된다. 최고의 리더는 후배 각자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각각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특정인과 너무 친해져 팀원 간에 차별을 두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개인적 친분을 조직의 목표보다 우선시해서도 안 된다. 후배들과 너무 친해져 누가 대장인지 팀원들이 망각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리더는 극한의 오너십을 발휘해야 한다. 동시에 리더는 하급자에게 통제권을 나눠줘 지휘권을 분산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동시에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한다. 계급과 직책은 누가 책임자인지를 저절로 드러낸다. 그러므로 굳이 리더가 나서서 자기 직책을 과시하거나 우쭐댈 필요가 없다. 리더의 권위를 보여 주겠다며 사소한 디테일로 트집 잡는 것은 자신감 없는 미숙한 리더임을 자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리더는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리더는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한다. 꼭 필요할 때 리더가 훌륭한 판단력과 침착함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믿음을 팀원들에게 심어 줘야 한다. 또한 리더는 팀원들을 보살피고 팀의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행동을 통해 보여 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리더는 매일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외에도 섬세하게 균형을 잡아야 할 리더십 요소는 수없이 많다. 일반적으로 리더가 고전하는 이유는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거나 궤도를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이분법을 이해하고 있으면 그런 잘못을 바로잡고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리더십의 이분법에 따르자면 좋은 리더의 덕목은 다음과 같다.

    • 자신감이 있지만 자만하지 않는다.
    • 용감하되 무모해서는 안 된다.
    • 경쟁심을 가지고 있되 품위 있는 패자가 될 줄도 알아야 한다.
    • 디테일에 주의하되 매몰돼서는 안 된다.
    • 강하면서도 끈기 있어야 한다.
    • 리더이자 팔로어여야 한다.
    • 겸손하되 수동적이어서는 안 된다.
    • 저돌적이되 막 나가서는 안 된다.
    • 과묵하되 침묵해서는 안 된다.
    • 침착하고 논리적이되 로봇처럼 감정이 없어서는 안 된다.
    • 팀원들과 친하게 지내되 팀원 간에 차별을 두거나 친분을 팀에 앞세워서는 안 된다. 누가 대장인지 팀원들이 망각하게 해서도 안 된다.
    • 극한의 오너십을 발휘하면서도 권한을 넘겨주어야 한다.

    훌륭한 리더는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동시에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한다.

  • 왜 플렉스팀인가?

    문제, 팀, 시장, 제품, 왜 지금인가?

    들어가며

    저는 사람과 조직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flex라는 제품을 만드는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19년 말 합류하여 이제 1년 반이 좀 넘는 시간 동안 일했는데요. 제가 왜 많은 선택지 중 플렉스팀에 합류했는지, 그리고 왜 그 선택이 옳았다는 믿음이 지난 1년 반 동안 더 강해졌는지 말씀드리고, 독자분들께 지금 합류해야 한다고 설득하고자 이 글을 적었습니다.

    전제

    제가 생각하는 회사 선택에 관한 가장 중요한 전제 중 하나는 “커리어에 욕심이 있다면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을 고름으로써 파생되는 장점이 너무나도 많다”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빠르게’는 특정 지표의 절대 변화량이 아니라 기울기를 의미하는데요. 경쟁력 있는 연봉, 성장의 과실을 나눠 가기 위한 스톡옵션·주식, 이력서에 추가될 예쁜 경력 등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점 때문만은 아닙니다.

    고속 성장 커브를 탄 기업에서는 사람이 충원되는 속도가 사람이 필요해지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또한, 조직이 커지며 다양한 새로운 포지션이 필요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재밌는 문제, 직군 전환, 또는 직책·직위까지, 조직 내에서 수많은 기회가 생겨나고, 그 기회는 잡는 이들에겐 회사의 빠른 성장 속도를 쫓아갈 만한 큰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빠른 성장에 대한 기대를 공유하는 조직에서는 정렬을 맞추기가 수월합니다. ‘지금 내 몫을 조금 늘리기보다 파이 전체를 키우는 쪽이 나에게도 더 이득이고, 실제로 그럴 수 있을 확률이 꽤 높다’는 공감대는 업무 효율도 확 올려줍니다. 사내 정치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보다 공동의 목표 달성에 집중할 유인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정말 정신없고 지루할 틈이 없이 재밌습니다 😄

    입사를 결정한 이유

    스포카, 하이퍼커넥트를 거쳐 2019년 여름 비바리퍼블리카를 나온 후, 다음 일터를 구하면서 충분히 시간을 두고 여러 옵션을 고려했습니다. 정작 플렉스팀으로의 합류는 팀에 대해 처음 알게 되고 딱 5일이 지난 시점에 결정했습니다. 가장 가파른 기울기로 성장할 팀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

    회사, 학교, 병원… 종류를 막론하고 사람이 모이면 원래 모인 이유와는 다르지만, 조직을 굴러가게 만들기 위해 풀기 싫어도 풀 수밖에 없는, 심지어 잘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 생겨납니다. 채용, 계약, 근무·연차 관리, 급여, 평가, 보상 등이 그러합니다. 지금껏 조직들에겐 크게 두 부류의 선택지가 존재했습니다.

    자원적 여유가 있는 조직에서는 수억의 설치비를 부담하고 자격증이 필요할 정도로 복잡한 ERP를 도입하거나, 사내에서 내부 제품을 만드는 팀을 꾸립니다. 그럴 수 없는 작은 조직에서는 각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또는 엑셀을) 수십 가지 사용하며 ‘인사 팀’의 시간을 서로 고려되지 않은 제품을 붙이는 연동 API 역할에 쏟아붓곤 합니다.

    flex는 설치·유지보수의 부담 없이 지속해서 업데이트되는 SaaS 제품으로 HR 전역에서의 자동화 가능한 문제를 해결합니다. 운영 업무의 단순화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람과 조직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 또한 제공합니다. 기업의 규모와 무관하게 기계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은 기계에 맡기고 ‘인사 팀’은 정말 사람과 조직에 대한 더 중요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돕습니다.

    잘 되는 팀, 잘 되는 제품을 경험해보는 건 중요합니다. 요새는 관련 내용을 정리해 놓은 책, 유튜브, 인터뷰 등 리소스가 많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굳이 직접 경험할 필요 없이 배울 수 있는 것 아니냐’ 말할 수도 있겠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경험을 통해서만 체득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잘 되는 상황을 경험했다는 건 필연적으로 그보다 훨씬 잦은 잘 안 되는 상황을 경험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잘 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를 관찰하게 되고, 자연스레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 의미 있는 지표를 가려 보는 법, 적절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충분히 실행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플렉스팀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팀에 ⓵ HR이라는 도메인 관점 ⓶ 제품을 만드는 관점 모두에서 유의미한 경험이 풍부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짧은 시간 만나본 것 예상한 것만은 아니고, 과거 함께 일했을 때 각 분야의 전문가이자 동료로서 신뢰하고 많이 배울 수 있던, 존경하는 동료도 여럿 계셨습니다. 이 부분이 결정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시장

    플렉스팀이 풀려는 문제는 일단 듣자마자 개인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얼마나 많은 인사 업무가

    1. 회사마다 제각각인
    2. 최적과는 거리가 먼
    3. 많은 경우 담당자를 갈아 넣는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보았고,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다양한 사람 중 한 명이 저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페인 포인트는 명백하지만, 아직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이 문제를 제대로 풀면 사업적으로도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고, 그 작업 자체의 의미도 크리라 생각했습니다.

    조사해보니 HR B2B 시장은 제 막연한 상상보다 훨씬 거대하고 또한 낙후되어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SaaS 제품으로 푸는 기업가치 수조, 수십조 단위 기업이 세계적으로 여럿 나왔지만, 동시에 다른 국가의 큰 플레이어가 법·문화의 차이로 국내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아니더라도 조만간 누군가 채울 이 거대한 빈 영역을 채우고 검증된 시장을 먹는 게 우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료 사용자를 어떻게든 수익 창출 활동으로 전환 필요 없이, 구성원 숫자에 비례해 월 특정 금액이 과금되는 수익 구조도 좋았습니다.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이탈이 어려운 제품 특성과도 시너지를 내어 훌륭한, 계속 쓰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 느꼈습니다.

    제품

    2019년 말은 flex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위한 제품이 거의 완성되었지만 아직 첫 고객은 생기기 전이었습니다. 사실 제품은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로 합류를 결정했는데요. 팀과 시장이 어렵지, 그 두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제품은 함께 만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들어와서 확인해보니 제가 기대한 것보다도 훨씬 높은 완성도의 제품이 이미 만들어져 있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입사 후 깨달은 것들

    위에서 말씀드린, 어찌 보면 허술한 의사 결정을 통해 팀에 합류한 지도 일 년 반이 넘게 지났는데 그 동안 새롭게 배운 게 많습니다.

    기대한 대로 멋진 팀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갖춘 동료로부터 많이 배우고 또 함께 부딪히며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팀의 비전에 공감하는 좋은 분들께서 꾸준히 합류해주신 덕분에 제 입사 시점보다 훨씬 크고 (13명 → 50명 이상) 강력한 팀이 되었습니다.

    작년 유치한 투자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채용 중인데요. 제품의 범위와 고객의 수와 팀 규모가 늘어나며 Payroll Specialist, DevOps Engineer, Customer eXperience Manger 등 다양한 새 직군이 생겨나는 중입니다. 꾸준히 조직 체계도 정비하며 팀으로 함께 더 잘해나가는 방법을 계속 찾아가고 있습니다.

    시장

    B2B SaaS 라는 제품군 자체에 대한 온도가 빠르게 올라오는 걸 많이들 느끼고 계실 것 같습니다. 관련된 문제를 풀려는 회사도 많이 등장하는 와중에 한 눈 안 팔고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허영 지표 대신 MRR(Monthly Recurring Revenue)를 북극성 지표로 보는데, 좋은 페이스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수치를 보여드릴 수 있으면 가장 쉬운데 그럴 수 없어 아쉬운데요. 팀원 모두에게 회사의 모든 지표가 다 공개되어 있으니 합류하셔서 보시면 참 좋겠습니다. 시장과 저희 접근에 관심 있는 분께서는 최근 발행된 동아비즈니스리뷰 기사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직감에 의존하던 HR 관행 깨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돕는 올인원 플랫폼)

    사소하지만 입사 전에 미처 예상 못 해서 재밌었던 건 음의 이탈(Negative Churn) 입니다. 성장하는 고객사는 flex 도입 시점으로부터 직원 수가 점점 늘어납니다. 또한 제품에 확신이 생기며 더 비싸고 강력한 요금제를 쓰게 되는데요. 이런 효과는 MRR에 양의 기여를 하고, 그 크기가 이탈 고객의 MRR 음의 기여분보다 크다면 고객(조직) 수가 전혀 늘지 않아도 MRR이 늘어납니다. 이론상 그럴 수도 있다–는 게 아니라, 이미 flex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아름답지 않나요?

    제품

    처음엔 메인 기능이 코어 인사 DB 및 근태·연차 관리뿐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급여, 전자 계약 등이 추가되었고 지금은 굵직한 기능만 놓고 보아도 전자 결재(워크플로우), 팀 인사이트, 연말정산, 연차 촉진 등 수많은 기능 추가 및 개선이 있었습니다.

    긴말 필요 없이 flex 업데이트 노트를 보시면 설명이 많이 될 거로 생각하는데요. HR 시장에서 이런 속도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제품을 개선하는 팀을 찾아보시면… 플렉스팀 말고는 없다는 걸 발견하시리라 자신합니다 😆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다루는 영역, 고객이 많아지고 제품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오면서 우리가 아직 못 다루는, 빈 부분이 더 잘 보이게 되었습니다. HR이라는 영역이 얼마나 거대한지, 우리가 왜 이걸 잘 풀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재밌을지 생각하다 보면 신남을 주체하기 어렵습니다. 큰 문제를 푸는 팀에 합류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정말 자주 합니다.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우리가 푸는 문제 하나하나가 굉장히 깊고 복잡한 점도 (가끔은 너무 어렵기도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간단히 생각해도 근로기준법, 세법 등의 법을 다 녹여내되, 회사별로 너무나 다른 문화와 사용례는 최대한 지원하면서, 관리자와 사용자 모두가 쓰기 편하게 만들어야 하는데요.

    정말 쉽지 않고 도전적이면서 또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스멀스멀 생기던, ‘언젠가부터 껍데기만 다를 뿐 맨날 똑같은 단순 CRUD(Create, Read, Update, Delete)하는 제품만 만들고 있지 않나?’라는 의문에서 오는 지루함·무력감이 요새는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참고: 플렉스팀에서의 2020년)

    왜 지금인가?

    지난 몇 년,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 사람과 조직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빠르게 변해왔고 이 변화는 앞으로도 한동안 가속화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문화는 뒷받침할 새로운 인프라, 제품을 필요로 합니다. 지금 주위를 둘러봤을 때 그러한 제품이 보이시나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SaaS 시장 중, 이미 꽤 성숙한 엔지니어링, 협업, 세일즈 등의 분야에 비해 HR이라는 분야는 아직 그 전환의 초창기에 놓여있습니다. G Suite, Slack, Jira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Go-To 제품의 자리가 HR 분야에는 아직 비어있는데요. flex가 차지하려 합니다.

    플렉스팀엔 이런 큰 시장에서 큰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로 옮길 수 있다 믿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아직은 그 꿈의 크기에 비해 굉장히 이른 단계인데요. 지금 합류하시면 끝 지점까지 함께 걸어가는 과정에서 값지고 재미난 경험도 정말 많이 하게 될 테고, 당연히 유의미한 커리어적·경제적 보상도 함께할 것입니다. 함께 HR을 재발명하기 위해 합류하기 좋은 시기에요.

    맺으며

    관심이 생기셨다면 공식 채용 페이지를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포지션이 열려 있습니다. 채용 공고를 읽고 궁금한 점이 생기셨다면 join@flex.team 으로 편하게 문의하시고요.

    채용 관련이 아니더라도 속해 있으신 조직에 flex를 도입하고 싶거나, 또는 도입하고 싶어할 만한 조직이 떠오르셨다면 공식 홈페이지 에서 무료 체험 신청을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해요!

  • 계단과 벌판

    핸들을 잡을 수가 없다면 암만 빨라도 난 그저 손님인데

    적절한 때 유효한 피드백을 주는 요령의 필요성을 요즘 들어 자주 느낀다. 공부를 하긴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예전에 좋게 읽은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 문득 떠올랐다. 핵심 개념를 제외하곤 기억이 흐릿해, 다시 읽으면 또 새롭게 얻는 게 있을 것 같아 이번 주에 다시 펼쳤다.

    책 초반에는 성장 궤도에 따라 나뉘어지는 직원의 두 분류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그는 최고의 성과와 더불어 점진적인 성장 궤도를 보여준 이들을 ‘록스타’라고 불렀다. 록스타는 팀에서 지브롤터 암벽처럼 든든한 존재다. 이들은 자기 일을 사랑하고 최고의 역량을 갖췄지만 스스로 팀장이 괴리를 원치 않는 유형, 혹은 스티브 잡스와 같은 리더가 되기를 원치 않는 유형이다. 그들은 지금 자리에 만족한다.

    반면 급격한 성장 궤도를 보이는 직원, 1년 동안 같은 자리에 있으면 미쳐버리게 될 직원을 ‘슈퍼스타’라 불렀다. 슈퍼스타는 팀 성장의 원천이다. 그는 록스타와 슈퍼스타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록스타는 브루스 스프링스틴 같은 유명한 록 가수가 아니라, 지브롤터 암벽과 같은 튼튼한 기반을 뜻한다. 록스타는 그들의 일을 사랑하고 자신만의 리듬에 따라 움직인다. 그들은 지금의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승진을 원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록스타의 역할을 존중하고 충분히 보상할 때, 그들은 리더가 가장 의지할 만한 사람이 된다. 반대로 원치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맡길 때, 그들을 잃을 위험이 있다. 더 나쁜 경우, 해고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슈퍼스타는 지속적인 자극과 더불어 끊임없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피드백 잘 하는 법을 배우려 잡은 책인데 갑자기 생각이 샛길로 흘렀다.

    이 분류에 따르면 나는 ‘록스타’ 보다는 ‘슈퍼스타’ 유형이다. 일을 시작하고부터, 아니 사실은 그보다도 한참 전인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때부터 성장·새로운 도전을 찾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나를 움직였던(움직이는) 질문은 결국 항상 이 둘 중 하나의 연장선에 놓여있었다.

    • 이 다음엔 뭐가 있지?
    • 그걸 빨리 보려면 지금 뭘 해야 하지?

    학생 때 뭣도 없이 극초기 스타트업의 개발 도우러 가는 친구 따라 미국행 비행기에 탄 것도, 특강 수업 끝나고 다짜고짜 여쭤봐서 여름 인턴을 경험한 것도, 산업기능요원 복무하면서도 회사를 두 번이나 옮긴 것도 다 그 질문들 때문이다. 덕분에 그간 밀도 높은 경험을 쌓으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올해 핀 꽃이 작년에 핀 꽃보다 일 년 어치 더 아름답지 않다고 그 가치가 덜하지 않듯, 세상 모든 일에 ‘다음 단계’가 있지는 않을 터이다. 삶을 언제나 이런 자세로 대하며 많은 걸 배우고 얻었지만 반대로 무언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진 않을까.

    2019년 가을엔 이런 생각을 하고 여기저기 기록으로 남겨뒀다.

    인생은 계단이 아니라 벌판이다– 라고 믿기로 했다.

    인생이 계단이라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올라가거나, 정체되거나, 떨어지는 것 뿐이다. 정체되거나 떨어질 수 없으니 어떻게든 위로 한 발짝 또 떼고 나면 땀 한 번 닦고 그 다음 단을 오르기를 언젠가 더 이상 못 오르는 순간을 만날 때까지 반복하는 일.

    하지만 인생이 벌판이라면 우리는 가만히 누워 구름 흐르는 걸 바라보고, 취해서 춤 추고, 고양이와 낮잠도 잘 수 있다. 가끔 계단도 오르겠지만, 언제라도 내려와 쉴 수 있고, 사실 세상에는 수많은 계단이 존재하며 무엇을 언제 어떻게 오를지는 오롯이 내 선택일 것이다.

    다짐은 다짐일 뿐, 가끔 정신차려 보면 또 계단인 듯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세상에, (초)성장이 지상과제로 여겨지는 스타트업 업계에 몸 담고 있다보니 쉽지 않겠지만… 그 믿음이 흐려지지 않길 바란다.

  • “제가 틀렸네요” 테스트

    꾸준한 성장을 위해 스스로 물어야 할 질문 하나.

    들어가며

    회사 다니면서 스스로 주기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바로:

    마지막으로 “제가 틀렸네요” (혹은 “제가 잘못 생각했네요“, “잘 모르겠어요”) 라고 소리 내어 말한 게 언제인가?

    만약 그 답이 기억이 나지 않거나 너무 오래 전이라 까마득하다면 위험 신호라 생각한다.

    이를 위험 신호라고 여기는 이유는, 나는 일터에서 꾸준히, 빠르게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자신이 틀렸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게 언제인지 기억 안 날 만한 상황을 하나씩 생각해보자.

    Case 1 : 실제로 틀린 적이 거의 없다

    드물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컴포트 존을 벗어나지 않고 정확히 아는 범위 내의 일만 수행한다면 딱히 틀리는 일 없이 몇 주, 몇 달이 지나는 것도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주어진 일을 아주 잘 수행하는 중이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정답을 아는 과제만 수행하는 환경에서 빠른 성장이 일어나긴 매우 어렵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안 해본 일, 어려운 일에 도전하면 자주 틀릴 수 밖에 없다. 성장은 그러한 답을 모르는 문제에 도전하고, 때론 맞고 때론 틀려가며, 결과로부터 배우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일하면서 틀릴 일이 거의 없다면, 그런 기회를 놓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 당신이 제자리 걸음인 이유 : 지루하거나 불안하거나)

    Case 2 : 실제로 자주 틀리지만 나도 모르고, 주변에서도 모른다

    성과가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정도의 차이를 제외하면 Case 1과 비슷하다.

    Case 3 : 실제로 자주 틀리지만 나만 모르고, 주변에서 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자주 틀린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는 경우다. 회사 내에서의 나의 어떤 권력 때문에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말을 하기 꺼려져서일 수도, 아니면 이전에 피드백을 줬을 때 방어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본 경험 때문일 수도 있다.

    이 경우가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어떤 특수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부족함을 발견할 수 없으니 개선이 어려울 뿐더러,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사이에 동료로서의 평판을 꾸준히 깎아먹기 쉽기 때문이다.

    내 부족함을 빠르게 발견하고 싶다면, 주변에 ‘내가 틀리는 걸 발견하면 꼭 알려주길 바란다, 고맙게 받아들일 것이다’ 라는 시그널을 선제적으로 보낼 필요가 있다. 물론 실제로 피드백을 받았을 때에도 겸허하게 수용하고 감사를 표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Case 4 : 실제로 자주 틀리고 나도 알지만 인정할 수 없다

    나도 내가 틀린 상황들을 알지만 소리내어 인정하지 않는 경우다.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는 나의 에고, 자존심이 스스로 틀렸음을 인정 못 하도록 막는 경우이다. 인간으로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위 Case 3의 경우로 바뀌는 건 시간 문제다. 틀렸을 때는 인정하고 나아가는 법을 너무 늦기 전에 배워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틀림을 인정하는 것이 곧 부족함의 척도로 여겨지고 나쁜 평가로 이어지는, 심리적 안정감이 결여된 환경에 속한 경우다. 독성 환경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고 당장 환경을 개선/교체하기 어려운 상황도 많다. 허나 빠른 성장(과 다른 많은 중요한 것들)에 도움이 되지 않음은 분명하니, 만약 이 경우에 해당된다는 결론이 났다면 해결책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맺으며

    당연히 이 모든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틀렸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항상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라 그건 그 나름대로 큰 문제일 것이다. 꾸준히 새 부족함을 발견하되,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