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발표는 다를거야 –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다음 발표는 다를거야 –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도서

제목을 보고는 뇌의 일반적인 동작 원리를 다루는 교양서를 예상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어떻게 사람들에게 정보, 또 아이디어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라는 꽤나 구체적, 실용적인 질문에 답하고자 뇌과학의 다양한 발견을 차례로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표가 명확한 덕분에 적지 않은 개념을 소개함에도 산만하지 않고, 책의 여러 부분이 자연스레 연결된다. 책 어디서든 고개를 들어 바라볼 수 있는 명확한 랜드마크가 존재하는 느낌!

이런 주제의 책은 그 메타성 때문에 더 재밌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정보를 잘 전달하는 방법’이라는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것이 이 책의 과제다. 글쓰기를 다루는 책의 문장이 엉망이면 신뢰가 생기지 않듯, 자연스레 정보 전달이라는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하냐에 따라 이 책의 신뢰도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저자는 그 과제를 훌륭하게 수행한다. 독자가 참여하는 다양한 실험, 생생한 예시 등을 이용해 새로운 개념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기억할 수 있게 돕는다. 심지어 책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 소설 속 복선에 해당하는 장치까지 존재한다! 이 정도로 잘 읽히면서도 읽고나서 머리 속에 많이 남아있는 책이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이다.

나는 지금까지 진행한 크고 작은 발표에서 대부분의 장표를 페이지마다 내용이 불릿 포인트로 나열되는 형태로만 구성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음 발표의 장표는 전혀 다르게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이 외에도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만한 값진 내용이 참 많았다.

타인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상황, 타인을 설득하는 상황을 자주 겪는 모든 이에게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