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앞 이름을 위해 경기하라, 셔츠 뒤 이름이 기억될테니 – 『에고라는 적』

셔츠 앞 이름을 위해 경기하라, 셔츠 뒤 이름이 기억될테니 – 『에고라는 적』

도서

『에고라는 적』은 열망, 성공, 실패라는 세 단계로 이루어진 삶의 반복되는 고리에서 자의식이 어떻게 해를 끼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에고라는 적을 이겨내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살면서 여러 일들을 겪으며 나름대로 정리한 삶의 태도와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 꽤 겹쳐 흥미로웠다. 성공과 실패에서 운이 차지하는 영역을 과소평가 않기, 비판만큼이나 칭찬도 경계하기, 나도 타인도 사회적 지위와 업적과 무관하게 한 사람일 뿐임을 기억하기,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기 등등. 머리 속에 어렴풋하게만 정리된, 그나마도 자주 까먹는 내용을 여러 사례를 들어가며 짚어주니 생각 정리에 도움이 꽤 되었다. 특히 조지 마셜 장군의 일화를 보며 작은 초기 스타트업에서 속한 내가 일하며 지녀야 할 태도를 되짚어볼 수 있었다.

표지나 소개 글을 읽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자기계발서 분류에 속하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지만, 보통의 자기계발서에 담긴 대책 없는 에고 부스팅과는 반대 메시지를 담은 점도 좋았다. 개인적인 공감 여부와 별개로, 비슷한 주장이 넘쳐나는 분야에 다른 이야기를 하는 책이 주는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챕터가 넘어가면서 새 내용이 이전 내용 위에 쌓이고 더 넓게 펼쳐진다는 느낌보다는 똑같은 메시지를 이번 장에선 이 사례를, 다음 장에선 또 다른 사례를 들어가며 중언부언한다는 느낌에 집중력이 떨어진 점은 아쉬웠다. 중간 중간 몇 챕터를 들어내도 전체적으로 별로 티도 안 날 것 같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책의 밀도가 낮다. 그 때문인지 페이지도 쉽게 넘어갔는데, 별로 달갑진 않았다.

또한 ‘너무 보수적인데?’ 싶으면서,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결국 현 상황, 계급, 체계의 유지에 쓰이기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종종 있었다. 재키 로빈슨이 등장하는 부분은 그 정점이었다. 백인 저자가 인종차별을 묵묵히 참으며 끝내 성과를 이뤄낸 메이저리그 최초 흑인 선수를 사례로 들며 “당신은 이 시스템을 지금 당장 바꿀 수 없다. 그 일은 당신이 성공한 뒤에야 가능하다.” 따위 코멘트를 다는 것이 – 차별이 옳지 않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라 한들 –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훌륭하다곤 못 해도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목적은 달성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점수는 추천도 비추천도 하고 싶지 않은 정도. 아래는 리디북스에서 형광펜 친 구절들 중 일부.


사람들은 보통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들을 하고 나면 사회가 그에 대해 보상해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령 당신이 더는 예전의 당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아내가 결별을 고하고 떠나버리고, 당신은 그 모습을 하릴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명예와 리더십을 인정받은 사람들을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 유형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또 하나의 유형은 자기가 실제로 이룩한 성취에 따라서 그 믿음이 천천히 커지는 사람이다. 후자에 속한 사람들은 자기가 거둔 성공에 끊임없이 놀라고, 이 성공의 열매가 달콤하면 달콤할수록 과연 그게 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검증해나간다. 이런 의심에는 진정한 겸손이 깃들어 있다. 이것은 위선적인 자기비하가 아니라 ‘절제’에 담긴 겸손함이다.

투쟁하기로 선택한 이들은 말하는 대신 구석에서 조용하게 일할 것이다. 내면의 소용돌이를 원료로 삼아서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평온함으로 향할 것이다. 그들은 행동하기 전에 남들에게 먼저 인정받으려는 충동을 무시한다. 혹은 남의 시선을 즐기는 사람들이 결국 자기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초조해하지도 않는다. 사실 진짜 일을 하느라 바빠서 다른 것은 하지도 못한다. 그들이 입을 열 때는 애초에 의도했던 목적을 이미 달성한 때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숨어서 살라는 옛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에고는 바로 이런 발상 즉 어떤 것이 공정하다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거나 하는 생각을 사랑한다. 그래서 시련이 닥쳤을 때 그것이 그럴 만한 것인지 따지고 그에 따라 절망하거나 분노한다. 그러나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시련이 당신이 잘못해서 빚어진 결과인지 혹은 당신에게 내재된 어떤 문제의 결과인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눈앞에 닥친 그 문제는 현실이고 그 문제를 지금 당장 붙잡고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당신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점수판은 하나가 아니다. 투자의 귀재라는 워렌 버핏도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내면의 점수판과 외면의 점수판을 구분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 당신이 발휘할 수 있는 절대적인 최고 수준의 능력, 당신은 이것을 기준으로 삼아서 스스로를 평가해야 한다. 단지 승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연히 운이 좋아서 이길 수도 있고 반대로 멍청해서 그럴 수도 있다. 누구나 승리할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이 다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보다 나은 사업가나 운동선수, 혹은 인생의 승리자가 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보다 나은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받고 싶고 재정적으로도 보다 여유롭고 싶다. 아울러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말했듯이 위대한 일을 하기를 원한다.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고 실제로 그래야 한다. 나 역시 내가 그렇게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다음 것들 역시 인상적인 성취이다. 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 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균형 감각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 또한 만족하는 사람이 되고 겸손한 사람이 되는 것, 자기중심적이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혹은 나아가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이루면 더욱 좋은 일이다.